게임이 유료라니 사기입니다!

(제목은 나리디님의 블로그글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이번달 소니에서 나눠주는 PSN 무료게임은 XCOM2다.
나는 아직 구입하지 않은 게임이라 기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최근 소니나 MS에서 자기네 회원들에게 다달이 나눠주는 무료게임들의 면면을 보면 이런 유명타이틀의 무료배포는 도도한 흐름의 일부일 뿐이다.

바야흐로 모바일에 이어 대규모의 PC나 콘솔 게임 하는데 돈이 안드는 시절이니까.
나온지 1년이 안되는 AAA급 대작게임들도 20~30% 세일을 흔히 하고, 스팀, 오리진, GOG, 험블번들등 플랫폼들은 점점 자주 무료 게임을 배포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처음 나왔을 때 가격이 60불 상당의 풀프라이스 게임이다. 그외에도 그린맨, SCD등 온라인 리셀러들은 서로 트래픽을 끌어들이려 경쟁적으로 파격세일이나 무료 게임들을 마구 뿌린다.

이제 무료 게임만 찾아도 게임 라이브러리는 늘어나고, 세일기간을 이용하다보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PC나 콘솔에 넣어둘 게임은 그야말로 넉넉하다.

만약 누군가가 어떤 게임의 팬이라면 그 게임이 처음 나올때를 기다렸다 정가를 주고 구입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고서야 정가로 사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수 밖에 없다.

규모와 여유가 있는 개발사나 퍼블리셔는 나름의 이익을 위해 이런 전략을 선택한다.
그런 여유가 없는 소규모 업체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수 없이 따라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헛웃음이 나올 상황이 아닐까 상상한다. 나도 서툴지만 어쨌든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수십, 수백억의 자본이 들어간 게임이 무료로 풀리는데 일개 개인개발자의 게임에 어떤 가격을 매겨야 될지 당황스러워 진다.

제러미리프킨이 말한 한계비용제로의 법칙이 모범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영역이 바로 게임 시장이 아닐까.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상용 게임엔진 덕에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기술적 난이도가 줄어들면서 게임을 만들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물리적 패키지 대신 온라인 배포가 늘어나면서 유통비용또한 최소화 되니 게임의 가격은 제로에 점점 가까워 지고 있는 것 같다.

무료라고 붙혀진 가격이 그 게임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없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플랫폼 홀더들은 회원수를 늘리기 위해서 제작사에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무료로 배포할 권한을 얻을 것이며 다른 유통플랫폼이나 리셀러들도 마찬가지로 자기네들 회원수와 트래픽 확보를 위해서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일게다.

하지만, 그러한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정가대로 게임을 살 이유를 점점 없어지게 만들고, 이런 현상이 게임의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은 쉽게 유추 할 수 있다. 우습게도 대형 개발사이자 퍼블리셔인 EA는 자기들이 게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정 %이하로는 세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적이 있었는데 결국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는 게임의 가치는 지키고 싶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10년, 20년전을 돌아보자. 인기 콘솔게임 하나 살때 당시 돈으로 7~8만원장도 였는데 화폐가치의 변화를 고려하면 게임하나에 요즘 돈으로 15만, 16만원 정도였다. 심지어 화제작의 경우엔 10만원이 넘는 게임도 종종 있었다. 부르는게 값이라는 말 역시 자주 쓰였다. 어떻게 사람들은 게임 소프트를 소유하기 위해 기꺼이 그런 돈을 지불했을까? 당연하게도 그 게임을 사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돈을 기꺼이 지불할만큼의 문화적 심리적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같은 종류의 경험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가질수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제가 있었다면 원래 가격보다 더 비싸게 게임이 거래되는 그런 현상이 만연하지 못했겠지만 그런 현상이 지속되었다는 것은 대체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물론, 게임 가격의 문제는 당시의 기형적 유통방식에서 오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 또한 수요가 없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현상이다.)

수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해야 만들수 있던 게임을 만들수 있었던 시기에는 당연히 게임이 귀했으며 그중에서도 잘만든 게임은 더더욱 귀했으니 그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았으리라.

기술발전으로 인해 게임 개발의 문턱이 낮아진 점과 온라인 유통으로 인해 관리 비용이 줄어든 점도 있지만,
또한 게임 업계 자체가 급속히 산업화 되면서 제작사의 규모가 커지고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헐리우드 영화 시스템이 그랬던 것처럼 흥행의 공식을 만들고 인기 시리즈를 재탕, 투자되는 리소스의 재활용하여 마케팅 일정에 따라 컨베이어벨트 식으로 게임을 ‘생산’하는 방식 역시 게임의 가치 변화에 관련이 있다. 게임은 대체불가능한 어떤 즐거움을 주는 신기한 것에서 사탕이나 과자처럼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일반 기호용품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사탕이나 과자는 특정제품이 없으면 다른 걸 먹을 수 있는데 게임도 그렇게 변해간다.

나보라는 ‘게임의 역사’에서 초기의 비디오 게임들은 제품보다는 해커들의 유희적 탐구의 결과물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탐구을 시도 하다보니 게임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공업용 계측기기인 오실레이터를 가지고 테니스 게임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만약 회사에서 그런일을 하다가 들켰다면 시말서 쓰고 쫓겨난데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다소 무모한 일들이 신기함이라는 것. 대체불가능한 즐거움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 이후, 게임은 산업화 모델을 따라서 부흥했다가, 문화적 가치와 자본주의 논리의 불협화음이 만들어낸 아타리사태를 겪었지만 이후 닌텐도에 의해 게임이 주는 즐거움의 가치는 이어졌다.

나는 지금처럼 기존의 게임에 대한 정의와 가치에 대한 감각이 다소 흔들리더라도 이것이 아타리 사태 같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 보는 쪽이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고, 만드는 사람이 더 많고, 연구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이렇게 게임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게임을 유지 발전시킬것이다. 게임은 더이상 신기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생활의 일부,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게임이라고 이름을 붙혀서 그렇지 문학이나 음악, 영상 처럼 인류가 스스로를 표현하고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도구에 다름이 아니다. 이러한 도구가 어떤 위기를 겪는다고 해서 약화되거나 사라지지는 않을것임은 당연하다.

나처럼 게임을 비싼 돈 주고 사던 사람은 변화때문에 당황 할수도 있다. 요즘 게임은 타락했다고 떠들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고 연구하는 많은 이들은 새로운 수익구조, 사회에서의 새로운 역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면서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이전에 생각하던 게임과 달라져도 괜찮다. 어차피 게임은 유희적 탐구심에서 태어난 것이지 어떤 모종의 가치나 형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 진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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