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잼 “MIND [RE] SET : 이주와 통합에 대한 디지털적 접근”

약 한달전 서울대학교와 괴테 인스티류트, 프랑스문화원이 공동개최한 이 게임잼에서 나는 Maya the Cat 이라는 프로젝트의 그래픽을 담당했다.

게임잼의 주제가 난민문제라는 이야기를 듣고  맨 처음 떠오른 것은 유럽이 겪고 있는 이슬람 난민 문제였다. 나는 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왜 그런 게임잼을 한국에서 하지? 라고 생각해 버렸다. 우리나라도 북한 난민 문제의 당사국임을 까맣게 잊고서 말이다. 아니, 지정학적으로 불안하기라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언제든지 난민이 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살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판타지 보다 현실 이슈를 게임으로 만드는데 흥미를 가지고 있는 입장이지만, 현재진행형인 불행에 대해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아주 조심스러웠다. 이런 문제의 어려움은 곤잘로 프라스카가 ‘아유슈비츠를 게임으로 만들수 있을까?’ 라는 글로 쓰기도 했다. 솔직히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감이 안왔다. 자칫 잘못하면 난민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입장을 왜곡할 수도 있고 난민문제의 상황적 맥락을 오해하게 만들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몇몇 게임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 피칭이 끝나고 나서도 팀에 들어가야 할지 혼자 해야할지 결정을 못하고 어물거리고 있었는데, 예전 인디게임 모임에서 낯이 익었던 개발자 한 분이 자기네 팀에 그래픽 아티스트가 필요하다고 찾아오셨다. 사실, 나는 그래픽을 할지 개발을 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그분의 이끌림으로 가칭 ‘고양이’ 팀에서 그래픽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 고양이 게임은 나중에 Maya the Cat으로 제목이 정해졌는데 기획자는 독일사람이었다.

나는 비록 예전에 만화나 스토리보드를 조금 그려보긴 했지만 직접 게임 그래픽 작업을 해본 일은 없었기에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게임잼이 아니면 새로운 경험도 못해볼거라는 생각에 덥석 그 일을 받아들었다.

48시간의 개발 기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작업을 했다. 아마 혼자 있었다면 일주일은 해야하는 작업양이 아니었을까. 공동작업을 하면서 중간중간에 멘붕이 올때도 지나가며 한마디씩 건네주는 친절한 분들의 격려덕에 금방 회복이 되는 경험을 했다. 사실, 내 그림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따로 있지는 않았고, 거기다 최근엔 픽셀아트 작업 위주로 하다 보니 배경과,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을 어떤 풍으로 그려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흑백으로도 그려보고 칼라로도 그려보고, 브러시도 이것 저것 써보다가 결국 결과물에 나타난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분명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미쳤지, 왜 그래픽을 한다고 했을까? 난 이거 완성 시킬 자신이 없다. 그림도 거지 같이 나올꺼야…’

그렇지만, 위에서 말한바대로 호기심을 가져주고 격려 해주시는 팀원분들과 참가자 분들의 기대에 부응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을 계속 했다. 욕심도 털어냈다. 꺼짓거 못그리면 어떤가? 가장 중요한것은 프로그래머 분께 시간 맞춰 어셋을 전달하는 것이다. 핀터리스트에 모아둔 일러스트레이션 자료에서 화풍이나 색감을 참고해 가며 계속 그려 나갔다. 그 과정에서 스타일도 정리가 되어 갔다. 그리고, 결국 완성 되었을 때는 몇몇 분들이 그림이 좋다고 칭찬까지 해주셨다. 최근 들어 가장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자신없고 이상해도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하다보면 주변의 도움과 에너지를 통해서 뭔가 일이 벌어진다는 작업의 기본적인 화학작용을 경험한 셈이다.

게임 내용은 전쟁과 같은 어떤 급박한 상황으로 인해 주인들이 피난을 간 이후 남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 이다. 고양이는 그에게 먹이를 주고 청소를 해주던 주인들이 사라지고 나면 어떻게 될까? 전쟁의 피해자 혹은 난민이라는 개념은 사람에게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게임잼이라는 제한된 조건에서 처음 기획대로 모든 인터랙션이나 연출이 구현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의 흐름은 무난하게 완성되었다. 게임이 업로드 되고 난 후 고맙게도 몇몇 해외 유튜버들이 플레이 영상을 올려 주기도 하셨다. 함께 해주신 모든 팀원들과 게임잼에서 만나서 말을 걸어주신 개발자분들 그리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운영진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게임잼 페이지 : https://itch.io/jam/mind-re-set-

팀:
Programming: Ki-Heon Kim
Art and Animations: Vanz Kim
Sound and Music: Soo Jeong Bae + Linda Kruse
Game & Level Design: Linda Kruse + Soo Jeo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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